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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타트업은 경력 쌓기 놀이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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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고종민 기자] 지난 3일(현지시간) 돌풍이 불어 닥친 미국 뉴햄프셔주(州) 워싱턴 산의 체감 온도는 섭씨 영하 77도로 집계됐다. 이날 워싱턴 산 정상의 실제 온도는 영하 43도까지 내려갔다. 마치 빙하기를 떠올리게 하는 날씨다.

빙하기가 도래한 곳은 또 있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다. 최근엔 혹한기를 넘어 빙하기가 온 것 같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스타트업계는 지난해 혹한기를 거치면서 투자금 유치에 난항을 겪었고, 올해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앞서 조달했던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자금 조달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타트업계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쓴소리가 나온다. 빙하기의 주요 원인으론 글로벌 금리 인상과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경기 부진 등을 꼽지만 좀 더 이면을 들여다보면 창업자의 빈약한 경영철학과 취업자들의 잘못된 취업관이 보인다. 물론 잘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지금 잘하고 있는 기업을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이는 스타트업 부흥기인 2020년대 들어 최근까지 최소 100여 곳이 넘는 스타트업의 경영진과 직원들을 만나보고 내린 결론이다. 아쉬웠다. 능력 있는 경영자, 임직원들도 많았지만 잘못된 경영방식과 직원들의 무책임한 생각에 무너진 기업도 많았다.

일례를 들자면, 그간 관심 있게 봤던 콘텐츠 기업 A사는 대표이사 혼자만 일했다. 스타트업은 보통 소수 정예로 움직이는 만큼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본격 성장기에 1인 집중 체제로만 가다 보니 결국 대표이사가 퍼졌다. 크게 성장할 것만 같던 A사는 결국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날린 체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스타트업 대표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장사꾼 마인드에서 사업가 마인드로 변하기다. 창업 초기엔 대표가 전체 사업을 관할해야 하지만 점차 성장기에 접어 들면 조직의 업무 분배를 통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바로는 어렵다. 일부 엘리트 스타트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초기 창업 멤버 중 초임자의 업무 수행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보통 한·두명의 리더가 돈을 벌고 나머질 이끄는 구조다. 그래서 기업화의 필수는 경영인 마인드다.

장사꾼에서 사업가를 거쳐 기업가로 가는 경영인의 자세가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겐 필요하다. 많은 대표들이 이러한 생각이 부재했다. 물론 자질이 없던 것은 아니다. 자질은 풍부했지만 많은 이들이 사업가로 넘어가는 벽을 깨뜨리질 못하는 듯 하다.

스타트업 소속 직원들의 직업관도 문제다. 대면·비대면으로 만나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냥 뭐...’였다. 스타트업 취업은 도전이다. 도전한 만큼 퍼포먼스(성과)를 보여주면 어느 형태의 기업보다 강한 보상이 온다. 여기서 본인의 스팩이나 능력에 따라 보여 줄 수 있는 결과물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엄청난 능력자들이 스타트업계에 들어와서 성과를 내고 과실을 따먹는 이유다.

본인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노력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것도 스타트업계다. 스타트업계에 들어와서 워라벨을 찾는 생각은 어리석다. 워라벨 대신 그 이상의 보상을 주는 기업이 있는 곳이다. 없다면 퇴사가 답이다. 여기서 기대 이상의 보상은 본인의 능력으로 얻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알바하는 마인드로 스타트업 취업을 했다면 당장 퇴사가 정답이다.

성공한 스타트업 경영자와 임직원의 모습은 하나로 귀결됐다. 대표와 직원 한명 한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내 회사'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일할 때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다.

/고종민 기자(kj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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