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금융위·원, 또다시 내로남불 유혹에 빠지나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금융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주요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이상 뚝심으로 사령탑에 있던 이들이다.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용퇴', '세대교체'라는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금융권에선 '보이지 않는 손'이 이들을 흔들었다고 말한다. 신한금융 안팎의 말을 빌리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열리던 날 아침까지도 향후 비전을 약속하며 면접장에 입장했었다.

하지만 나올 땐 모든 걸 내려놓고 "용퇴"했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또한 고개를 숙이고 임추위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임추위 이전에 약속이나 한 듯 말했었다.

기자수첩
기자수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1일 조 회장을 가리켜 "존경스럽다"며 모두가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기자들 앞에서 했다. 금융권에선 '임기 만료를 앞둔 CEO들에게 본을 삼아 용퇴해달라는 메시지냐'며 당혹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문책경고는 당국의 뜻"이라며 손 회장 퇴진 압박을 이어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금융위의 결정이 곧 정부의 뜻"이라며 물러날 것을 사실상 종용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금융권에선 '보이지 않는 손'과 금융당국이 어우러져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이젠 사실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이 금감원장은 기업은행도 언급하며 '관치금융' 의혹에 날 선 각을 세웠다. 이 원장이 말한대로 기업은행장은 금융위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任免)한다. 금융 관료를 했다는 것은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가 낮지 않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의 관점과 산업의 관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국책은행 관치 논란의 핵심은 임면권자의 권한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러 국책은행에서 '소위 정권의 센 사람이 오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노조밖에 없다'는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원장은 자신이 수장을 맡은 금감원이라는 조직이 왜, 어떻게 탄생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금융위는 정부 조직으로서 김 금융위원장은 "정부 뜻"을 말할 수 있겠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독립 감독기구로 설립된 금감원의 수장으로선 적절한 발언이 아니다. 금융위를 '금융당국'으로, 금감원을 '금융감독당국'으로 분리해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그 폐해는 전임 윤석헌 금감원장이 잘 보여줬다.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전결로 손 회장을 징계했으나, 대법의 최종 판결은 무죄였다. 많은 금융인이 이 제재안이 의결기구인 금융위원회에 올라가 더 심도 있게 논의했다면, 결과 자체가 달려졌을 것으로 보는 것도 곱씹어봐야 할듯하다.

문재인 정부의 윤석헌 원장과 윤석열 정부의 이복현 원장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내로남불의 유혹에 빠져선 안 된다. 금융산업에 필패(必敗)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게 두렵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금융위·원, 또다시 내로남불 유혹에 빠지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