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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즐기고 구경만 하세요"…'판매' 대신 '체험' 집중하는 가전업계


20대 잠재 고객 타깃 체험 마케팅…'좋은 브랜드' 인식 위한 투자

[아이뉴스24 박영선 수습 기자] "LG베스트샵 가면 뭐라도 사야할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잖아요.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LG가전을 접할 수 있게 '방탈출'이라는 매개를 사용했죠."

14일 가전업계가 '체험 마케팅'을 내세우며 잠재 고객 겨냥에 나섰다. 방탈출 카페를 운영하거나 팝업스토어를 열며 젊은 고객층에게 가전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체험 마케팅 공간에는 '판매'가 쏙 빠졌다. 제품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셈이다. 이곳에서 고객은 오로지 경험만 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며 혜택만 누릴 수 있다.

일례로 LG전자는 지난 4월 '씽큐(ThinQ) 방탈출 카페 시즌 1'을 진행, 열띤 성원에 운영 기간을 연장하며 인기를 몰았다. 이에 지난 9월 씽큐 방탈출 카페 시즌2를 오픈해 지난 13일 막을 내렸다.

강남역 '일상비일상의틈'에 마련된 씽큐 방탈출 카페 시즌2.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강남역 '일상비일상의틈'에 마련된 씽큐 방탈출 카페 시즌2.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 LG전자 '씽큐 방탈출 카페' 체험해 보니

실제 지난 11일 방문한 강남역 소재 씽큐 방탈출 카페에는 예약 손님으로 가득했다. 평일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대부분 20대 손님이 방문했다. 현장 직원은 주말에는 20대 손님뿐 아니라 가족 단위 손님도 많이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직접 방탈출을 하기 위해 직원에게 문의하자, 직원은 '일상비일상의틈'과 'LG 씽큐' 앱을 설치했는지 물었다.

일상비일상의틈 앱은 처음 방탈출 카페 입장 시 쓰인다. 이번 씽큐 방탈출 카페 시즌2가 마련된 곳은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이다. LG전자는 일상비일상의틈 지하에 방탈출 카페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방탈출 피케팅·응모 당첨에 실패한 고객을 위해 3~5층에는 인트로미션존을 꾸몄다. 방탈출 체험을 못해 아쉬운 손님들이 LG가전을 이용해 각종 단서를 찾고 정답을 맞추는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한 이른바 '방탈출 맛보기'인 셈이다. 이 모든 공간을 이용할 때는 일상비일상의틈 앱 내 바코드가 있어야 한다.

씽큐 앱은 방탈출 게임 진행 시 방탈출에 필요한 각종 단서를 찾을 때 쓰인다. 방탈출 게임에선 자물쇠를 푸는 과정 안에 미션이 주어졌다. 미션은 씽큐 앱에서 에어로타워를 작동시켜 공기질을 바꾸라고 하거나 무드업 냉장고의 색상 테마를 순서대로 변경해보라는 식이었다. 공기질을 바꿨더니 에어로타워에 자물쇠 비밀번호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떴고, 무드업 냉장고 색상 테마를 바꿨더니 색상 배치 순서로 알파벳 비밀번호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방탈출 프로그램은 에피소드 4개로 구성돼있다. 모두 LG 발음을 거꾸로 한 '지엘'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겪는 에피소드다. 프로그램은 체험자가 지엘이가 돼 에피소드를 겪게 함으로써 LG 가전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씽큐 앱을 써보도록 짜여져있었다. 방탈출에 필요한 단서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LG 가전과 씽큐 앱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방탈출 카페 곳곳에 LG가전들이 배치된 모습.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방탈출 카페 곳곳에 LG가전들이 배치된 모습.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 직·간접 마케팅에도 전혀 거부감 없어…오히려 구매 욕구

이날 에피소드 2와 에피소드 3을 체험했다. 처음으로 체험한 에피소드 2는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사는 지엘이의 집에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되는 내용이다. 직접 지엘이가 돼 어머니 방문 전 집안 곳곳을 정리해야 하는 내용인지라 급박함이 감돌았다. 집안을 치우는 과정에서 LG 가전과 씽큐 앱을 계속 사용해야 했는데, 에피소드 1개를 마치고 나니 처음 써본 씽큐 앱이 어느새 친숙해졌다. 마케팅에 대한 거부감도 전혀 없었다.

에피소드 3는 '대놓고 LG가전을 소개하는' 에피소드다. 오랜만에 할머니 댁에 방문한 지엘이가 LG가전 제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할머니께 그 기능을 소개하는 스토리였다. 사실상 할머니가 아닌 체험자에게 광파오븐, 시스템 에어컨, 식기세척기, 무드업 냉장고 등 LG가전의 기능과 씽큐 앱을 활용해 찾아볼 수 있는 정보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게임 중간에는 무드업 냉장고에서 포장 제품을 꺼내 바코드를 찍어 광파오븐에 찍히는 시간을 보고 자물쇠 비밀번호를 맞춰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바코드 스캔 한번으로 레시피 확인 없이도 오븐이 자동 조리해 주는 것을 보고 구매 욕구가 들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씽큐 방탈출 카페는 '방탈출'을 매개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LG가전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매장의 경우 제품을 둘러보기만 하고 싶어도 괜히 구매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어 가전 기능 체험에 집중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맞춤형 체험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탈출 에피소드 1개를 체험하고 다음 에피소드 체험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김모씨(34)는 "기존 방탈출은 아날로그 방식이라면 씽큐 방탈출은 씽큐 앱을 사용하면서 하는 방식이라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생각보다 방탈출 프로그램 퀄리티가 좋아 기대이상이었다"고 밝혔다.

방탈출 카페 곳곳에 LG가전들이 배치된 모습.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방탈출 카페 곳곳에 LG가전들이 배치된 모습.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체험 마케팅, 선착순 '피케팅' 경쟁 치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체험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도 줄을 이었다. 씽큐 방탈출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의 준말)을 거쳐야 할 정도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차주 평일(화·수·목요일) 예약을 선착순으로 진행하며, 주말(금·토·일요일)은 추첨을 통해 선발된다. 단 하루 2회씩 응모 가능한 형태라 응모 횟수가 많을 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현장 직원은 "씽큐 방탈출 카페는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30분 단위로 예약이 진행된다"며 "노쇼를 제외하곤 손님이 꽉 찬다"고 설명했다.

만족도 높은 고객 반응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LG전자는 '방탈출 게임'이라는 이색 컨셉을 접목한 체험 공간에 고객 접점채널을 활용한 덕에 씽큐 방탈출 시즌1으로 '2022 한국PR대상' 마케팅 PR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리빙하우스 팝업 스토어 내 공유 공간인 거실 전경.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코리빙하우스 팝업 스토어 내 공유 공간인 거실 전경.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 삼성전자도 체험 마케팅 '초점'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체험 마케팅에 한창이다. 프롭테크 기업 트러스테이와 협업해 서울 성수동에 코리빙하우스 팝업스토어 '스마트싱스 X 헤이(heyy,) 성수'를 오픈한 것이 대표적이다. 1인 가구 증가로 떠오르는 주거 형태인 코리빙하우스에 삼성전자의 개인 맞춤형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접목해 미래 주거상을 제시했다.

이곳에서도 고객은 삼성전자의 가전 제품과 스마트싱스 앱을 체험할 수 있을 뿐 구매할 수는 없다. 오로지 '경험'에만 초점을 맞췄다.

특히 고객이 흥미롭게 체험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가상의 인물 2명을 설정해 팝업스토어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도록 스토리를 구성했다. 신입 간호사와 신입 에디터의 입장에서 스마트싱스를 활용해 가전 기기를 개인화하고 스마트한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교대 근무로 수면 루틴이 항상 바뀌는 간호사를 위해 수면에 적절한 온도·습도·조명을 스마트싱스 클릭 한번으로 조성하는 것부터 집안일에 서툰 에디터가 스마트싱스로 빨래부터 건조까지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가전업계가 '마케팅 비용'만 있을 뿐 '판매 수익'은 없는 체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데는 향후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체험 마케팅은 결국 이미지 좋은 브랜드로 각인되기 위한 것"이라며 "20대에게 애플이라는 회사가 '세련된' 브랜드로 인식돼 충성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박영선 수습 기자(eune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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