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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모펀드 사태, 누가 죄인인가


NH·KB증권, 하나은행 등 자본시장법 위반 소송서 줄줄이 무죄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지난 2020년부터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펀드 사기에 가담했느냐 하는) 색안경은 (회사 근무 기간동안) 계속됐습니다. 재판에 서게 되면서 2년 넘게 신경정신과 약물을 복용했고, 지병은 심해졌습니다. 가족들 또한 오랜 기간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판매사(증권사)에서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로 여기(재판)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안을 알아주시길 재판부에 요청드립니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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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된 모 증권사 임직원은 최종 변론에서 이같이 토로하며 눈물을 훔쳤다. 다른 직원은 휴가 중 보고받은 내용을 승인했을 뿐이라 항변하고 또 다른 직원은 부서가 변경 되기 전 업무라 본인이 신경썼던 것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은행 등 주요 금융사에 대한 1심 판결이 줄줄이 사실상 무죄로 선고됐다. 금융감독당국이 펀드 판매사인 증권·은행 등 금융사들의 책임을 강하게 물어 손해배상 책임을 최대 100%까지 물게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실제 책임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증없이 누구든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에 떠밀려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 같아 보였던 금융당국과는 달랐다.

재판부는 금융당국의 판단과는 상반되게 대체로 증권사가 운용사의 사기 행위를 사전에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임직원들의 행위가 운용사의 사기 행위에 가담했다고 보기 위한 입증도 충분치 않다고 봤다. 오히려 운용사의 사기 행위를 판매사들이 사전에 알기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개별 금융사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일부 상이했지만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선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판단이 여론을 바탕으로 한 금융 소비자 보상에만 치우쳐 진 결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나온다. 정작 사기를 저지른 운용사는 사라지고 남은 판매사(증권사, 은행 등)와 그 임직원에게만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

일각에선 '유전유죄 무전무죄'란 말이 나올 정도다. 돈이 없는 운용사는 피해자 보상을 위한 책임에서 쏙 빠지고, 판매사인 증권사, 은행들만 수백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지급했다. 또한 지루한 소송 과정에서 누군가의 남편, 아내, 혹은 가장인 그들은 과도한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고작 1심이 끝났을 뿐이다.

진짜 책임져야 할 이들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이런 불행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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