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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조 재고 폭탄'에 기업들 '비명'…경기전망도 26개월 만에 '최악'


글로벌 경기 침체·수출 감소 여파로 재고자산 역대 최대…"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필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보다 더 한 것 같네요."

가격 상승에 대비해 미리 원자재를 들여와 생산에 나섰던 기업들이 제품을 창고에 쌓아놓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의 재고 규모는 연초 대비 44조원 가까이 증가해 3분기 말 기준 165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업 경기 전망 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2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신음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대기업들의 재고 규모는 연초 대비 44조원 가까이 증가해 3분기 말 기준 165조원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대기업들의 재고 규모는 연초 대비 44조원 가까이 증가해 3분기 말 기준 165조원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23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195개 기업들의 재고자산 변동현황을 분석한 결과, 재고자산은 지난 해 결산 때 121조4천922억원에서 올 3분기 말 기준 165조4천432억원으로 43조9천510억원이 늘어 36.2%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 기업들의 상반기 재고자산은 1분기 말 130조6천119억원에서 2분기 말 148조5천821억원으로 전분기 증가율 13.8% 대비 11.3% 증가율로 재고자산 증가세가 줄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재고 금액은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더스인덱스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연초 이후 매 분기 재고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며 "상품재고 증가율보다 제품이나 반제품 증가율이 높아진 점이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래프=리더스인덱스]
[그래프=리더스인덱스]

실제로 상품재고는 지난 해 말 19조9천147억원에서 3분기 말 25조3천334억원으로 27.2% 증가했다. 그 동안 제품 및 반제품 재고는 101조5천775억원에서 140조1천98억원으로 37.9%가 증가해 10% 포인트 이상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10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액은 524억8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67억 달러 적자를 내면서 무려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무역 적자 행진은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이는 반도체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17.4% 쪼그라든 92억3천만 달러로 3개월째 감소했다. 시스템반도체 수출이 17.6% 늘어난 43억8천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35.7%나 급감한 44억7천만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재고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의 재고는 3분기에만 5조원 넘게 늘었고, 상반기에 3조원가량 불어났던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석 달간 2조7천862억원 증가했다.

작년 말과 비교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의 재고는 지난 해 말 25조7천54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에 36조7천204억원으로 42.6%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연말 1조2천466억 원이던 재고가 3분기 말 3조4천244억원으로 174.7%나 늘었다.

덕분에 IT 전기·전자 업종의 재고도 지난 연말 40조3천613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58조4천188억원으로 18조575억원이나 급증했다. 전 업종 중 재고 금액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재고도 같은 기간 동안 급격히 늘었다. 지난 해 말 2조4천278억원이었던 재고는 3분기 말 3조2천847억원 증가한 5조7천125억원으로 불어났다. 재고증가율은 무려 135.3%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업종도 높은 재고 부담으로 한숨을 짓고 있다. 지난 해 말 재고는 20조4천330억원이었으나, 올해 3분기 말에는 45.4% 증가한 29조7천12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LG화학의 재고가 가장 많이 늘어 연말 대비 3분기 말 재고가 2조9천255억원 증가해 7조5천938억원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같은 기간 동안 2조3천774억원(64.6%↑) 늘어 6조574억원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개 자동차 기업들의 재고증가폭은 23.5%를 기록했다. 이들의 재고는 지난 연말 동안 18조1천534억원에서 3분기 말 22조4천261억원으로 4조2천727억원 증가했다.

기업별로는 현대차가 6조7천579억원에서 8조4천69억원으로 24.4% 늘었고, 기아자동차가 5조668억원에서 5조8천387억원으로 15.2%증가했다. 이 외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45.3%↑, 5천755억원 증가), 넥센타이어(44.5%↑, 1천375억원 증가), 금호타이어( 41.4%↑, 1천943억원 증가) 등 타이어 3사들의 재고도 40%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해 말 대비 3분기 말까지 가장 높은 재고 증가율을 보인 기업은 287.5%를 기록한 포스코에너지가 차지했다. 이어 덕양산업 271.5%, 삼성바이오로직스 245.2%, SK하이닉스 174.7%, 현대오토에버 171.0%, 삼천리 160.2%, LIG넥스원 135.5%, LG에너지솔루션 135.3%, LX세미콘 134.9% 순으로 집계됐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의 재고자산이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은 그만큼 국내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수요 둔화로 공급 조절에 실패한 기업은 재고를 줄이기 위해 생산과 신규 투자를 함께 축소하게 되는데, 이 경우 경기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2020년 10월(89.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BSI 전망치는 85.4를 기록했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부정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은 것을 뜻한다.

모든 부문에서 100을 하회하며 부정적 전망이 주를 이은 가운데 한국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전자·통신은 3개월 연속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은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7.6)만 유일하게 호조 전망을 보였다.

올해 10~12월 BSI 전망치를 4분기 기준으로 전환한 결과는 87.2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67.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은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생산비용 압박과 국내외 경기위축에 따른 매출감소와 재고증가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며 "기업들의 자금 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국회에 계류된 정부 법인세 감세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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