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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험업 성큼 다가선 빅테크…혁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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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임성원 기자]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의 보험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보험대리점업계가 한층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비금융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시대에 발맞춰 금융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혁신 서비스란 점을 앞세웠지만, 시작 전부터 생존권 위협과 수수료 장사 등 논란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는 모양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전자금융 사업자가 내달부터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8월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해당 서비스를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로 허용해주면서다.

새 정부가 '디지털플랫폼 정부' 완성을 목표로 하면서 그동안 혁신에 걸림돌이 됐던 규제를 완화해주고 있다. 사실상 보험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도 지난 정부에서 '광고'가 아닌 '보험 판매 중개' 행위로 보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로 카카오페이 등은 해당 서비스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편의 극대화를 위한 혁신 서비스란 점을 내세우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보험업 진출을 허용해줬지만, 한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대리점업계는 지난 20일 '온라인 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향후 보험대리점과 45만 보험영업인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반대서명 운동과 대규모 결의대회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서비스 경쟁 방지를 위해 비교 추천업과 계약체결대리업의 겸영을 금지하고, 방카슈랑스와 같이 단계별 상품 규제를 통해 보험설계사 생존권 보장을 위한 금융정책 마련 등을 금융당국에 촉구할 계획이다.

당국이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등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관련 업계의 생존 위기감을 잠재우지 못한 듯하다. 현재 당국과 보험업계·핀테크산업협회 등이 매주 모여 최종 시행 가이드라인에 담길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최종 조율해 내달 시행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보험대리점업계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몇년 전 택시업계가 카풀·타다 등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던 것과 유사하다. 당시 택시업계는 플랫폼 기업들을 택시의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기면서 단체 행동 등에 나섰다. 택시업계와 플랫폼 사업자간 법적 다툼이 이어지거나, 택시 기사들이 분신하는 등 갈등은 심각했다. 결국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규제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타다 금지법) 개정안을 통해 갈등이 일단락됐다.

정부는 이번에도 이해관계자간의 갈등 수순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보험업 골목상권을 침해하면서 기존의 시장을 교란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이에 당국이 내세운 혁신은 온데간데 없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빅테크 등이 선보일 서비스가 혁신을 가장한 수수료 장사라는 반감도 있다. 이미 지난 2015년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협업으로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으로 불리는 '보험다모아'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등이 선보이는 보험 비교·추천이 이와 유사하지만 이제와서 혁신 서비스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허용한 혁신 서비스란 점을 강조했던 만큼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판로를 확대해주면서 예상됐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실효성있는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앞서 타타 등 모빌리티 서비스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임성원 기자(one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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