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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OTT] '돼지의 왕', 강렬한 웰메이드 탄생의 기운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즐기던 영화는 휴대폰과 브라운관의 작은 화면으로 옮겨왔고, 홀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에 어느덧 익숙해졌다. 개인 맞춤형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기업의 성장과 일상이 된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새로운 엔터 강자로 떠올랐다.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발견한 보석같은 작품들을 조이뉴스24가 엄선해봤다. '방구석 OTT'에서는 범람하는 콘텐츠에서 길어 올린 반짝이는 작품들을 다뤄본다. [편집자주]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이 웰메이드 탄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영상화하는데 성공한 '돼지의 왕'은 학폭 피해자의 끝나지 않는 아픔, 가해자의 반성 없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강한 메시지를 함께 던진다.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은 연쇄 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 김동욱은 연쇄 살인 사건 피의자 황경민, 김성규는 황경민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정종석, 채정안은 정종석과 함께 추적하는 형사 강진아로 분했다.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포스터 [사진=티빙]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포스터 [사진=티빙]

극 중 황경민은 가정과 학교에서 폭력에 노출돼 있었던 피해자. 성인이 된 후 아내를 만나면서 과거의 아픔을 잊고 사는 듯했으나, 어렸을 적 모습이 담긴 앨범을 다시금 보게 되면서 트라우마가 발현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죽기를 바랐던 부친의 목숨을 직접 끊은 황경민은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하나씩 찾아간다. 일 년이 넘도록 진행된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한 황경민의 범행엔 그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는지 어렴풋이 가늠된다.

계급이 뚜렷한 중학교 2학년 교실 안에서 황경민을 도와준 이는 정종석 외엔 아무도 없었다. 학급 내 실세 강민(오민석)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안정희(최강제)가 황경민을 괴롭히도록 주도했고 담임 선생님인 최석기(이경영) 조차 강민의 범행 의혹을 묵인한다. 학교폭력을 가담, 주도, 침묵한 이들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어렸을 적엔 다 그렇게 놀지 않냐"라는 투로 황경민의 아픔을 이해해주지 않으려 하는 전형적인 방관자, 가해자의 면모로 분노케 한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중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폭력과 권력에 순응하는 약자들을 돼지로 표현해 중학생들의 잔인한 권력 다툼을 이야기한다. 이를 영상화한 오리지널 '돼지의 왕'은 원작에서 더 나아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아픔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담았다. 특히 황경민과 정종석이 아픈 기억을 복기하는 형식으로 진행, 왜 황경민이 안정희를 잔혹하게 살해했는지, 그다음 희생자가 왜 최석기 혹은 강민인지 시청자가 함께 따라가게 만든다.

TV 드라마보다 표현이 자유로운 OTT에서 티빙은 오리지널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황경민, 정종석이 떠올린 학급 내 폭행은 두 눈을 질끈 감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잔혹하다. 극적인 재미를 위해 또는 잔인하게 표현하기 위해 폭력성을 높인 것보다 사그라지지 않는 학교폭력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낸 듯하다. 범행을 주도한 강민 역시 욕설을 섞어가며 죄책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오히려 현실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스틸컷 [사진=티빙]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스틸컷 [사진=티빙]

폭력의 피해자로 분한 김동욱, 김성규의 연기 역시 몰입감을 높인다. 김성규는 날이 서 있는 눈빛, 이마에 튀어나온 핏줄만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기조차 고통스러워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김동욱은 처절한 복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황경민의 절망, 반성 없는 이들에게 다시 분노가 차오르는 감정을 분위기로 그려냈다. 이들의 아역을 맡은 이찬유, 심현서도 아이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본격적으로 복수를 시작한 황경민, 같은 피해를 당했으나, 친구 황경민을 위해서 가해자를 보호해야 할 처지에 놓인 정종석, 황경민을 추적하며 과거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가는 강진아 형사가 중점적으로 그려질 '돼지의 왕'. 8회만이 남은 '돼지의 왕'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강렬한 메시지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돼지의 왕'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공개된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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