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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이 만난 예술가] 멀티퍼포밍 아티스트 이영란


일상의 공연학 "연기 배운 적 없어, 직접 체험하고 터득"

춤, 연극, 영화, TV, 대학교수 등 만능 공연예술가 이영란을 대학로 한 식당에서 만났다. 아직도 젊음과 생기를 듬뿍 품어내는 그녀의 얘기를 듣기 위해서다. 그는 이대 무용과에서 한국무용을, 뉴욕대에서 공연학을 전공했다. 이영란은 경희대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교수 생활을 정년퇴직했는데도 드라마와 공연에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리미너리티'라는 저서를 내기도 한 엘리트 예술가이다.

배우 이영란이 조기숙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기숙 교수]
배우 이영란이 조기숙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기숙 교수]

◆ "무용으로 시작해 연기자 활동까지, 난 멀티 예능인"

-이영란은 누구인가요. 

"전 무용으로 시작해서 뮤지컬 하다가 연극 무대에 섰다가 대학 교단에도 서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탤런트에요. 또 영화배우, TV의 MC와 리포터까지 굉장히 잡다하게 했어요. 그래서 저를 멀티 예능인으로 생각해요."

-무용과 출신인데 연기로 전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 집이 4남 3녀 인데 큰 언니가 음악(성악), 둘째 언니 미술(조각), 셋째인 저는 무용(한국무용)을 전공했어요. 제가 어릴 때 무용을 아주 잘 따라 하더래요. 그래서 고전 무용을 시작했죠. 이대 무용과를 갔는데 계속 춤만 추는 게 너무 답답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락 뮤지컬 '가스펠' 오디션을 통해 막달라 마리아 역으로 참여했죠."

◆ "'AFTER WAR'(전쟁 후에), 오랜만의 무대 강렬했다"

-최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공연한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AFTER WAR'(전쟁 후에)에 출연했습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섰는데 인상이 강렬했어요. ACC는 본격적으로 아시아문화자원을 창작의 원천으로 실험적인 콘텐츠를 창·제작해서 세계로 확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첫 프로젝트로 국제 공동작업으로 덴마크 북유럽연극연구소-오딘 극단과 국내 예술가,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합동으로 'After War'를 제작했죠.

2018년 제2회 아시아문학 페스티발 아시아 문학상 수상작인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2019년 워크숍, 2020년 시범공연 '슬픔과 씨앗'(덴마크/NTL)과 한국 극단 민들레에서 작업을 했고 이번에 덴마크 오딘극단과 한국이 합동으로 창·제작을 하게 됐어요."

-작품의 전개 방식과 극중 역할은요?

"콜라주식 퍼포먼스예요. 한국적인 제의, 초혼 의식들이 작품의 앞뒤를 감싸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위한 의식처럼 치러냈어요. 저는 대지와 인간, 혼의 어머니 즉 천지인 세 가지 역할을 맡았어요. 거의 공동 창작이라서 연출의 지시가 없고 배우들이 다 자기 몫을 갖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체가 되어 했죠."

 이영란은 지난 1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공연 'AFTER WAR'(전쟁 후에)' 무대에 올랐다. 사진은 'AFTER WAR'(전쟁 후에)' 포스터. [사진=이영란 제공]
이영란은 지난 1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공연 'AFTER WAR'(전쟁 후에)' 무대에 올랐다. 사진은 'AFTER WAR'(전쟁 후에)' 포스터. [사진=이영란 제공]

◆ "연기 배운 적 없다"…일상의 공연학

줄곧 연극배우로 살았던 이영란의 첫 영화는 1995년 '꽃잎'이다. 이영란은 이 작품으로 그해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최우수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이영란은 "영화에서 진짜 중요한 건 정직함과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교수생활도 오래 하셨는데 교육자로서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요?

"그냥 물에 빠뜨려서 수영을 해 보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직접 해내는 게 연기거든요. 그래서 그 리미너리티로서의 신비현상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터득하게 하는 것이죠."

-연극과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요? 

"영화는 컷을 끊어서 연결하기 때문에 토막 낸 현상들을 풀어내고 연결해야 돼요. 저는 소위 매체 연기 보다는 무대가 먼저여야 되고 무대 전에 땅이 먼저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쭉 이어서 해보는 경험이 쌓여야 카메라 찍을 때 정도를 알고 본능적으로 그 감각이 살아날 수 있거든요." 

-뉴욕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뉴욕에서는 공연학 석사를 했어요. 제가 이제야 실토를 하는데 연기는 배운 적이 없어요. 연기는 주로 뮤지컬 씨어터 쪽으로 했죠. 언어를 주로 하는 연기를 외국에서 어떻게 배웁니까.(웃음)"

-지금 하는 작품과 앞으로의 일정을 알려주세요. 

"5~6월 방송예정인 TV조선 드라마 '마녀는 살아있다'에 출연해요. 또 '이영란의 공연학2' 책을 준비중이에요. 그리고 또 지금처럼 좋은 작품 있으면 연기하며 살아야죠."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교수는 이대 무용과 발레 전공과 영국 써리대학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30편 이상의 발레작품을 창작공연하면서 K발레의 미학적 토대를 구축한 안무자이다. 대표작으로는 '그녀가 온다: 여신 서왕모', '그녀가 논다: 여신 항아' 등이 있으며, 무용연구자로서 35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그는 춤추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으로 메시지를 던져왔다.

/조기숙 교수 kscho2@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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